본문 바로가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흰 그림자_윤동주

by 마빡목사 2024. 3. 11.
728x90
반응형

흰 그림자

윤동주_1942.04.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반응형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흐르는 거리_윤동주  (21) 2024.03.19
사랑스런 추억(追憶)  (26) 2024.03.14
별똥 떨어진 데_윤동주  (24) 2024.03.07
종시(終始)_윤동주  (26) 2024.03.06
별 헤는 밤_윤동주  (25) 2024.03.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