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그리고 행동1 봄 꽃, 그리고 가을 단풍 봄 꽃, 그리고 가을 단풍 시월 말, 단풍은 황홀했다. 차가운 가을바람은 마른 나뭇가지에 애처롭게 매달린 단풍을 흩날린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 숲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가 부딪혀 쏴하고 파도소리를 낸다. 나뭇가지를 떠난 단풍잎은 살랑살랑 떨어져 이내 오솔길을 붉게, 노랗게 물들인다. 단풍이 깔린 호젓한 길에서 한 걸음을 뗄 때마다 길바닥에 웅크려 있던 마른 단풍이 온몸을 부수며 소리 내어 자기 존재를 알린다. '날 잊지 말아요.' 봄이 오면, 그래서 벚꽃 잎 날릴 때가 되면 어김없이 그리운 아이들이 찾아온다. 구해주지 못했던, 지켜주지 못했던,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염없는 기도뿐이었던, 그때 그 봄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매년 벚꽃을 흩날리는 봄바람이 되어 우리 곁을 찾아오는 걸까. 하늘하늘 흩날.. 2023. 11. 1.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