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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현 작가2

파랑새 파랑새 차창 밖 빗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창밖을 향해 몸을 돌린 채, 비스듬히 누워 잠을 청하던 스무 살 청년의 어깨가 이내 바르르 떨린다. 굵은 빗줄기 사이로 달리는 고속버스 엔진소리가 흐느끼는 청년을 덮는다. 빗물이 차창에 방울로 맺혀 알 수 없는 곳으로 주르륵 흘러 흩어지듯이, 청년의 첫사랑은 차창 밖 빗방울처럼 떠났다. 늘 외로움에 쫓기듯 살았다. 외동아들로 태어나 혼자 자랐다. 어머니는 교회 전도사로 아버지는 유조선 기관사로. 세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혼자이거나 둘이었던 시간이 훨씬 많았다. 엄마와 아빠로 채우지 못한 빈 마음에 외로움은 똬리를 틀었다. 거부할 수 없는 불편한 손님이었다. 불청객을 쫓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텅 빈 곳을 채우는 것이었다. 아직 여물지.. 2024. 1. 16.
이름 없는 국화 이름 없는 국화 국화 한 송이를 두 손으로 조심스레 든다. 시월의 끝자락, 차가운 가을바람에 국화가 애처롭게 흔들린다. 국화를 가슴에 끌어당긴다. 조금이라도 체온을 전하고 싶다. 눈을 감는다. 세상을 떠난 이와 남겨진 이를 위해 신께 기도한다. “주여, 저들을 위로하소서.” 그러나 위로하는 기도가 메아리처럼 다시 돌아온다. 눈을 감고 신께 위로해 달라 몇 번이고 기도해 보지만, 위로는 허망하게 되돌아오고 만다. 답답한 마음에 이 참사가 발생할 때 당신은 무얼 했냐 따져 물으니 신은 내게 질문한다. “너는 누구에게 위로를 전하는 가. 희생자의 이름조차 모르는 너, 얼굴도 모르는 네가 어떤 위로를 한단 말인가. 너는 그저 막연하게 거대한 슬픔의 바위 앞에서 무기력하게 고개 숙이며 눈물을 삼킬 뿐, 무엇을 할..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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