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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2

파랑새 파랑새 차창 밖 빗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창밖을 향해 몸을 돌린 채, 비스듬히 누워 잠을 청하던 스무 살 청년의 어깨가 이내 바르르 떨린다. 굵은 빗줄기 사이로 달리는 고속버스 엔진소리가 흐느끼는 청년을 덮는다. 빗물이 차창에 방울로 맺혀 알 수 없는 곳으로 주르륵 흘러 흩어지듯이, 청년의 첫사랑은 차창 밖 빗방울처럼 떠났다. 늘 외로움에 쫓기듯 살았다. 외동아들로 태어나 혼자 자랐다. 어머니는 교회 전도사로 아버지는 유조선 기관사로. 세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혼자이거나 둘이었던 시간이 훨씬 많았다. 엄마와 아빠로 채우지 못한 빈 마음에 외로움은 똬리를 틀었다. 거부할 수 없는 불편한 손님이었다. 불청객을 쫓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텅 빈 곳을 채우는 것이었다. 아직 여물지.. 2024. 1. 16.
가을을 걷다 가을을 걷다 아침으로 차가운 외풍이 코 끝을 간지럽힌다. 유난히 후덥지근하고 질척거리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얼굴을 싹 바꿔 쌀쌀해졌다. 까만 정장과 선글라스를 쓰고 빌딩 숲 속을 거니는 도시여자, 가을이 왔다. 가을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까칠하다. 하지만 낮이 되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따스함을 건넨다. 여름에 푸르게 한껏 부풀었던 수풀과 나뭇잎은 가을의 눈부신 미모에 반해 빨갛게 노랗게 익어버린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이다. 성큼 다가온 가을 날씨로 아침마다 안방 공기가 차갑다.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뜨끈함이 노곤해진 나를 붙들어 안고 놓아주질 않는다. 손목에서는 스마트워치가 빨리 일어나라고 채근한다. 간신히 눈꺼풀을 올려 시간을 확인해 보.. 2023.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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