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글성경 마가복음 개요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생애에 대한 최초의 기록 중 하나이다. 초기 전통에 따르면 그리스도인 저자이며 요한 이라고도 불리는 '마가'와 관련이 있다. 마가는 바울의 동료(골 4:10)이자 베드로의 가까운 동역자(벧전 5:13)였다. 실제로 초대교회 교부였던 파피아스는 '마가가 베드로가 보고 들은 기억을 모아 이 책을 기록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가는 들은 것들을 무작위로 갖다 붙인 것이 아니다. 신중하게 예수님의 이야기를 구성했다.
마가는 책의 서두에서 예수님에 대해 이렇게 선포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막1:1)
흥미롭게도 마가는 오직 이 부분(막 1:1)에서만 자기 생각을 밝힌다. 이외 나머지 부분에서는 오로지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 그리고 그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읽는 사람에게 보여주려 한다.
마가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세 막의 드라마로 구성한다.
1막의 배경은 갈릴리, 3막은 예루살렘 그리고 2막은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비춘다. 각기 반복되는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
먼저, 1막(막 1~8장 전반부)에서는 모두가 예수님을 보고 매우 놀라 그분이 누구신지 궁금해한다. 2막(막 8~10장)은 제자들이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막(막 11~16장)은 예수님이 어떻게 메시아 왕이 되시는지에 관한 놀라운 역사를 담고 있다.
제1막: 갈릴리에서 (1~8장 전반부) "예수님은 누구신가?"
도입 절 이후(막 1:2-15) 마가는 옛 선지자 이사야(40장)와 말라기(3장)의 말을 인용한다.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주의 길을 분비할 것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에 사자를 보내 '그분(예수님)이 왕으로 오셔서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실 때'를 준비시키신다는 것을 선포한다. 이어 마가는 그 사자가 '세례자 요한'임을 알린다. 그리고 하나님의 등장이 기대되는 바로 그 순간 예수님을 소개한다.
예수님이 등장하시자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그에게 임하시며 하나님은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막 1:11)고 말씀하신다. 다음으로 마가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내용의 핵심을 요약해서 전한다. 예수님은 갈릴리를 다니시며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막 1:15)는 복음을 선포한다. 구약에서 이야기하는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을 차근차근 진척시킨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한다. 악을 대적해서 물리치고, 그 지배 아래에 살던 우리가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하나님의 통치 아래 살도록 초대하신다.
여기서부터 마가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게 하시는 예수님의 권능을 보여준다. 예수님은 두루 다니며 몸이 아프고 망가졌거나 악한 영에 사로잡힌 자들을 치유하신다. 심지어 유대인들이 오직 하나님만 하실 권리가 있다고 믿었던 죄 사함을 행하신다. 예수님의 이런 행동은 다양한 반응을 자아냈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고, 어떤 이들은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다른 이들 특히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예수님이 신성을 모독하고 귀신에게 힘을 빌려 일을 한다며 예수님을 완강히 거부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러한 반응에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에 주목하신다. 4장에서 마가는 숨기고 감추인 하나님 나라의 비밀에 대하여 예수님이 말씀하신 여러 비유를 소개한다. 예수님은 '그의 말씀은 네 종류의 땅에 떨어진 씨앗과 같다'라고 하신다. 더러는 잘 받아들이고 더러는 못 받아들인다. 또는 '아주 작은 겨자씨'와도 같다고 하신다. 보잘것없어 보여도 후에 크게 자라 모두를 놀라게 한다.
예수님의 요지는 그분이 하나님 나라가 임하게 하시는 진짜 메시아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라는 말씀이다. 이렇게 예수님에 대한 혼란은 점점 커진다. 이것은 마가가 1막 끝에서 강조하는 핵심과 연결된다. 바로 '제자들 조차 예수님이 누구신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제2막: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8장 후반부~10장)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뜻은?"
이어지는 2막은 매우 중요한 대화(막 8:27-38)로 시작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물으신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에 베드로가 대답한다.
"주는 메시아이십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예수님을 이스라엘을 로마인들로부터 군사적으로 구할 다윗 가문의 왕으로 생각했다는 게 뒤에서 밝혀진다. 그러나 예수님에게 '메시아'는 이사야 53장에서 묘사된 '고난 받는 종'이다. 예루살렘에서 자기 목숨을 내주고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게 하실 왕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다. 왕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명성과 지위와 권위를 의미한다고 믿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자기를 따르는 것은 사실 죽는 것과 같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신다. 마치 자기 십자가를 지듯 폭력과 교만과 이기심을 거부하고, 남을 위해 자기 생명조차 아끼지 않는 섬김과 사랑을 행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두 번 더 같은 대화(막 9:30-37; 10:32-45)를 나누신다. 모두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는 중요한 말씀으로 끝이 난다. 제자들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과 두려움으로 반응할 뿐이다. 그래서 마가는 2막에 책의 서문을 연상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이야기를 배치한다.
예수님이 제자 세 명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신다. 그런데 갑자기 예수님의 모습이 변한다. 영광의 광채로 빛나고 구름이 그들을 덮는다. 마치 오래전 시내산에서 드러내신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 같다(출 19-20장). 그 당시 산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던 두 선지자 엘리야(왕상 19장)와 모세(출 33장)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하나님은 다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선포하신다(막 9:7).
마가는 이 이야기를 2막의 모든 대화 한가운데 배치함으로써 놀라운 주장을 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육신이 되신 하나님의 영광이며, 영광스러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예수님을 통해 자기 백성이 저지른 죄를 위해 고난 받고 죽임을 당하는 왕이 되실 것'이라고 말이다. 이 난해한 주장에 제자들은 혼란과 두려움을 안고 산에서 내려온다.
제3막: 예루살렘에서(11-16장) "예수님은 어떻게 메시아, 왕이 되시는가?"
예수님은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의 왕으로 입성하신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부르며 환호한다. 그 후 예수님은 성전 뜰에 들어가 왕으로서 권위를 행하신다. 도둑과 사기꾼들을 성전에서 내쫓고, 제사 제도를 중단시킨다. 이때부터 일주일간 예수님은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맞서 논쟁하며 그들의 위선을 꾸짖으신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예루살렘과 성전이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무너질 것을 예언하시며 제자들도 예수님처럼 핍박을 받을 거라 경고하신다.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세상에 하나님 나라가 충만이 임할 때까지 말이다.
이제 장면은 마지막 밤으로 향한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유월절 만찬! 이 상징적인 식사는 이스라엘이 유월절 어린양의 죽음을 통해 노예에서 해방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수님은 이러한 상징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신다. 고난 받는 종인 메시아의 죽음을 통해 죄와 사망에서 해방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빠르게 예수님의 체포와 이스라엘 제사장들 및 로마 총독 빌라도 앞에서 의 재판을 거쳐 십자가 처형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제1막과 제2막의 주요 장면들과 연결되는 한 핵심 장면에서 정점의 이른다.
이번에는 구름이 아니라 어둠이 하늘을 덮는다. 하늘에서 들리는 음성이 아니라 예수님이 숨지기 전 외치는 음성이 들린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것은 로마 군인이 한 말이다. 예수님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분이 누구신지 깨닫는다. 로마 군인은 이렇게 선언한다.
"이 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막 15:39)
그는 이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예수님의 정체'에 대한 충격적 주장을 인정한 인물이다.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메시아이며 자신의 친구뿐 아니라 원수를 살리려고 죽은 나사렛 예수라고.
이후 예수님의 시신은 무덤에 안치된다. 새 주에 첫날 예수님을 따랐던 여인들이 거기에 갔다가 옮겨진 돌 몸과 빈 무덤을 발견한다. 그때 한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은 죽음에서 부활하셨고, 여기 계시지 않다'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가서 다른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살아계신다는 기쁜 소식과 갈릴리에서 그들을 만나실 것'을 전하라 명령한다. 겁에 잔뜩 질린 여인들, 마가는 '그들이 몹시 놀라 떨며 무덤에서 도망하고, 무서워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막 16:8)고 한다. 그리고 책이 이렇게 끝나버린다.
마치 제2막과 제1막 끝에서 제자들이 보인 두려움과 혼란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마가복음 끝에 예수님이 나타나셔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는 내용이 더 있다. 그런데 이 부분(막 16:9-20)은 원래 이 책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각주가 덧붙여져 있다. 보다 신뢰도가 낮은 후기 사본에서만 발견되는 내용이다.
어쩌면 본래의 결론 부분이 사라졌거나 마가가 책을 완성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결말은 논지를 입증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마가복음은 시종일관 제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충격적인 주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고난 받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 부활하신 예수님이 메시아이자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것'과 '하나님의 사랑과 세상 질서와 정반대인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이 세상 죄를 지고 죽으심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결말이 없는 이 이야기는 읽는 우리에게 예수님에 대한 충격적이고 이상한 주장과 마주하게 만든다.
당신은 제자들처럼 도망갈 것인가? 아니면 예수님을 당신의 왕으로 인정하고, 가서 복음을 전할 것인가? 그 답은 당신 만이 알 것이다. 이게 바로 마가복음이 전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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