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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慰勞)
윤동주_1940.12.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쳐다보기 바르게─
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란 날개를 파닥거려도 파닥거려도 나비는 자꾸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는 쏜살같이 가더니 끝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담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病)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慰勞)할 말이─ 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밖에 위로(慰勞)의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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