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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양성우 시인이 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by 마빡목사 2023.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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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려면 하루 동안 스치는 모든 것을 눈여겨 보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래야 글감이 떠오르니까. 아름다운 존재가 수도 없이 내 주변에 살아있다는 걸 아는 순간, 삶의 모든 순간이 감격으로 벅차 오른다. 오늘 하루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양성우 시인이 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라는 시를 읽을 때마다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양성우


덕수궁 돌담길, 살아 있는 나뭇잎 사이로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니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그렇다.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새 날을 창조하고 있으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오늘 살아서 서로 마주할 수 있다는 것. 너를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깨닫는 다는 것. 너가 없으면 나도 없다. 네가 아름다우니 나도 아름답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이웃하여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니 어찌 신비롭지 아니한가. 

그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신은 사랑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미 눈물 겹게 아름다운 존재이니...

 

양성우 시인

1943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문리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70년 「시인」지에 '발상법', '증언'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데뷔했다. 1975년 광주중앙여고 재직 중 '겨울 공화국' 사건으로 교사직을 파면당했다. 1985년 제4회 신동엽창작기금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발상법>, <신하여 신하여>, <겨울 공화국>(1977), <북치는 앉은뱅이>(1980),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1981), <5월제>(1986), <그대의 하늘길>(1987), <세상의 한가운데>(1990),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1997), <첫마음>(2000), <물고기 한 마리>(2003), <길에서 시를 줍다>(시화집, 2007) 등이 있다.

*출처: 교보문고 '양성우' 인물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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