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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홍수희 시인이 쓴 '그늘만들기'

by 마빡목사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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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만들기

 

                홍수희

 
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손바닥 하나로
하늘 가리고
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너무 작았네
 
벗이여, 
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이 세상 슬픔이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가을나무 그늘 아래서

 
진실한 벗, 세상에서 그보다 위로가 되는 존재가 있을까. 다 타들어간 속 이야기 꺼내놓아도 백 마디 충고보단 그저 묵묵히 삼키며 등을 토닥이는 친구. 어떤 말을 해도 남에게는 입술을 천근만근 무겁게 닫고 비밀을 퍼뜨리지 않는 친구. 그래서 어떤 말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진실한 벗이리라. 진실을 따르는 길을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작렬하는 태양빛조차 견뎌내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서로의 그늘에 기대 진정한 쉼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누군가의 진실한 벗으로.

가을바람에 나뭇잎 위태롭게 흔들리지만,
가을볕 가린 그늘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내게로 온다.

 

홍수희

1995년 문예지 ‘한국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하였다. 이육사문학상 본상, 부산가톨릭문학상 본상을 수상하였다.
부산가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이다.

달력 속의 노을(1997, 도서출판 빛남)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2003, 도서출판 띠앗)
이 그리움을 그대에게 보낸다(2007, 도서출판 한솜)
생일을 맞은 그대에게(2019, 도서출판 해드림)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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