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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2

인생 수업 인생 수업 첫째 아들 하늘이와 셋째 딸 리라의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다. 어젯밤 정적을 깨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처럼 잠자리에 들던 막내딸이 콧소리 섞어 귓가를 간지럽히던 말이 생각난다.  “아빠, 리라는 발표하는 게 부끄러워. 부끄러워서 말 못 하면 어떻게 해? 발표하기 싫어.”  순간, 어린 딸이 처한 상황과 전혀 관계없는 군대 시절 짧은 이야기가 스치듯 떠올랐다. 신병교육대 교관으로 첫 발령을 받고, 대대장 앞에서 시범강의를 앞둔 때였다. 긴장해서 얼굴까지 창백해진 걸 보고 중대장이 조언했다. “야, 2 소대장 떨지 마! 그냥 네 앞에 유치원생이 앉아있다고 생각해! 유치원생을 가르치듯이 하란 말이야!” 전혀 안정이 안 됐다. 대대장을 유치원생 취급하라니. 하지만 그 말이 머릿속에 박혀서 그런지 어느새 딸.. 2024. 6. 27.
선물 선물 통장 잔고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지갑이 텅 비었다. 한편, 마음은 따뜻했고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들을 데리고 서울을 다녀왔다. 모야모야병으로 수술을 한 후 삼 년 동안 네 번, 올해로 다섯 번째 외래 진료다. 병원 나들이는 어느새 둘째 아들과 나, 둘 만의 서울 나들이가 되었다. 둘째 아이는 왼쪽과 오른쪽 머리에 혈관을 심는 수술을 하려고 각각 6개월 간격을 두고 두 번, 수술 후 경과를 보려고 MRI검사를 또 두 번, 서울 병원에 오고 가곤 했다. 경과가 좋아서 예약해 놓은 MRI검사와 외래 진료를 받으러 2021년도 이후 2년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올해는 하필 추석연휴와 개천절까지 끼어서 열차표를 예매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표를 .. 202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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