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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글쓰기

글은 '삶'에서 나온다

by 마빡목사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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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삶'에서 나온다.

 '삶'이란 사는 일 또는 살아 있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반대말은 죽음이다. 사람은 살려고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전혀 의식하지 않는 일에서 더 나은 삶을 살려고 애쓰는 일까지. 사람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우리는 매일 심장이 잘 뛰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심장은 1초도 쉬지 않는다. 끊임없이 움츠렸다 팽창하는 운동을 반복해서 손끝 발끝 머리끝까지 피에 산소를 담아 보낸다. 심장이 잠시라도 하는 일을 멈추면, 세포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몇 분 안에 죽고 만다. 일찍부터 심혈관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노후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날마다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한다.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운 생체활동에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하나 더하는 게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삶의 질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꾸준한 노력 한 가지가 삶의 질을 바꾼다. 꾸준히 노력하는 삶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 곧 글쓰기다. 최재선 시인은 글쓰기를 나이테에 비유한다. 나무가 자랄 때마다 나이테가 더해지듯이 글쓰기는 날마다 삶에 더해지는 이야기를 문자로 새기는 인생의 나이테이다. 사람은 나무와 다르다. 글로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으면, 인생의 나이테는 더해지지 않는다. 주름은 몸의 나이테이지 인생의 나이테가 아니다. 글을 쓰면서 자기 삶을 성찰해야 인생에 나이테가 새겨진다. 성찰하는 삶으로 쓴 글은 고풍 있는 나이테처럼 사람다움, 즉 인격의 고귀함을 드러낸다.

 어떤 삶을 사느냐가 좋은 글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다. 좋은 글은 대게 작가가 발로 쓴 글이다. 한 예로, 원고지 157,000매 분량이나 되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가는 발로 쓰는 소설가로 유명하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이야기를 실감 나게 표현하려고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눈으로 자세히 보고, 귀를 기울여 듣고 글을 썼다. 직접 보고 들어서 얻은 경험을 써야 글에 진정성과 혼이 담긴다. 김수련 간호사는 『밑바닥에서 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이란 책을 썼다. 이 책은 우리 시대 간호사들의 고충을 담고 있다. 현장 간호사의 헌신을 실감 나게 담을 수 있었던 건, 김수련 간호사가 눈으로 보고 듣고 발로 뛰며 쓴 자기 이야기여서이다.

 글 쓰는 삶을 살려고 할 때, 자기 삶을 돌보고 다듬게 된다. 삶이 곧 글감이기에. 소파에 누워서 넷플릭스 드라마만 보면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가 내 삶에 미친 영향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글로 기록한다면 인생의 나이테를 조금 더할 수는 있다. 그래도 방구석에 처박혀 드라마만 보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 자연과 벗하며 생명을 관찰하거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거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 등 자기 삶을 돌보고 다듬을수록 더 좋은 글감을 얻을 수 있다.   

좋은 글을 즐겁게 쓰려면

 많은 사람이 글 쓰는 일을 어려워한다.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비만인 사람이 운동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근육을 만들듯이, 체력을 기르듯이 글 쓰는 몸을 만들어 보자. 쉬운 것부터 가볍게, 무엇보다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글을 어떻게 날마다 써야 좋은 글을 즐겁게 쓰는 날이 올까.

1.  날마다 내가 주인공인 글을 쓰자

 여러 사람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글을 읽고 어떻게 평가할지가 두려워서이다.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건 늘 부담스럽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지 않아도 되는 '1인칭 글쓰기'에서 시작하자. 1인칭 글쓰기란 글쓴이와 독자가 나 자신인 글을 쓰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쓴 글이 아니라, 내가 쓰고 내가 읽으려는 글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저 자기 이야기를 글로 쓰자. 대표적인 1인칭 글쓰기는 일기다. 매일 아침 걷기 운동을 하는 것처럼 꾸준히 쓰자. 최소 열 문장 이상! 시작이 반이다.

 1인칭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글 쓰는 주체를 2인칭이나 3인칭으로 전환해 보자. 2인칭 글쓰기는 주어가 '나'에서 '너'로, 3인칭 글쓰기는 '나와 너'를 포함한 '우리'로 글 쓰는 대상을 넓혀보는 것이다. 이제 '나'를 벗어나면 의식과 사고의 확장이 필요하다. 나만의 세계를 벗어나 타인과 사물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이웃과 사회, 사물을 비롯하여 문화나 사회 제도까지. 관계가 넓어지면 글을 쓸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려면 1인칭 글쓰기로 얻은 자신감을 토대로 대인 관계를 맺으면서 타인이 나와 다름을 인식하고,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해야 한다. 또, 문화와 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적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비판적, 논리적 사고능력도 갖춰야 한다. 보라, 지식인으로서 기본 소양은 1인칭 글쓰기에서 시작한다. 

2. 글을 쓰는 데 즐거운 환경을 만들자

 MZ세대는 날마다 나름대로 글을 쓰는 편이다. 짧고 완결되지 않은 문장이 많을 뿐.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함께 몇 문장을 올리거나 간단한 댓글을 단다. 카카오톡에서 대화를 나눌 때도 문장을 쓰지 않나!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장을 쓰면서도 '글을 쓰자'라고 하면 갑자기 불편해진다. 세 문장 이어 쓰기를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는 재미없다'라는 인식과 글을 쓰는 경험이 연결된다. 글쓰기가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고, 그 밑에 짧은 코멘트를 다는 정도라면 누가 글 쓰는 일을 힘들다고 하겠는가.

 소셜미디어에 일상을 올리는 건 즐거운 일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진을 찍어 올리고, 좋은 사람과 아름다운 장소에서 그 순간을 기록하려고 SNS에 사진과 짧은 글을 올린다. 글쓰기도 그렇게 즐거운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머릿속에 글쓰기는 주로 숙제나 시험처럼 그다지 즐겁지 않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한 기억과 연결되게 하자. 마음이 편안한 곳, 좀 더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찾자. 시끌벅적한 카페보단 아늑하고 조용한 카페나 도서관에서, 머릿속에 맴도는 문장을 글로 꺼내보자. 좋아하는 주제로 1인칭 글쓰기를 시작해 보자. 기왕이면 블로거가 돼서 자기 이야기를 써보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듯 블로그 활동을 하다가 글을 쓰는 데 재미를 붙이고, 전문 블로거가 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3. 글 쓰는 삶을 살려고 할 때, 자기 삶을 돌본다. 

 글쓰기는 인생의 나이테를 새기는 작업이다. 글을 쓰는 삶을 살려고 다짐할 때, 반려견이나 반려식물을 돌보듯 자기 삶을 돌보게 된다. 대학생에게 와닿을 만한 '자기소개서'를 예로 들어보자. 자기소개서는 대학을 입학하는 순간부터 쓰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신입생 초기, 글쓰기 특강 강사의 특급 조언을 듣고 1학년 때부터 부지런히 자기 삶을 가꾼 한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자기소개서는 학점을 묻지 않는다. 주로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더 깊이 따져 대학생활에서 마주한 어떤 문제를 누구와 어떻게 해결했는지, 문제해결능력을 주로 묻는다. 경험 속에서 무엇을 깨닫고 배웠는지, 위기를 극복하는 근성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는 지를 확인한다. 그러려면 1학년 때부터 교과과정 외에 다양한 비교과활동에 참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봉사활동을 비롯하여 학습동료와 함께 팀을 구성해 공모전에 참여해 본다든지 등등. 시행착오가 있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나! 실패 경험도 소중한 글감이고 자산이다. 

 반면, 막상 3학년이나 4학년이 돼서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하면, 1~2학년 때 학점의 노예로 살며 공부만 죽자 살자 했던 학생은 글을 쓸 재료가 몇 없다. 느지막이 비교과활동에 참여하려면 1~2학년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바쁜 3~4학년 교과과정도 따라가기에 벅차고, 그러다 보면 학점과 취업 둘 다 놓치는 수가 있다. 1학년 때 자기소개서를 쓰겠다 생각하는 학생은 그때부터 자기 대학생활을 돌본다. 이렇듯, 글을 쓰는 사람은 곧 자기 삶을 돌본다. 글을 쓰는 삶을 살겠다 다짐하고, 매일 글쓰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다이아몬드 원석이 다듬어지기 시작한다.

매일 글을 쓰자.

 1인칭 글쓰기부터 시작하자. 작가의 정체성을 가질 때,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글을 쓰며 모진 삶의 거친 모퉁이를 보드랍게 다듬자. 글이 곧 인격이 될 때, 좋은 글을 재밌게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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