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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글쓰기를 (해야)하는 이유

by 마빡목사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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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대

  바야흐로 디지털 전환 시대다. '디지털 전환 시대'와 '디지털 시대'는 뜻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는 1970년대 중반, 컴퓨터가 대중화되고 인터넷이 개발되기 시작한 때에서 최근까지로 본다. 인간이 손으로 하던 창작과 몸을 쓰던 산업 활동 대부분을 컴퓨터로 하기 시작했고, 정보를 공유하는 장은 지역 네트워크를 넘어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이로써 사회, 경제, 문화 등 인류 문명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는 디지털 시대의 연장으로 대략 2010년부터 시작했다고 본다. 디지털 전환이란 디지털 세계가 실재하는 인류 세계와 밀접하게 공존하며 그 경계가 점차 흐려지는 걸 뜻한다. 디지털 시대 유산인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최첨단 기술로 거듭 발전했다. 최첨단 기술은 빠른 속도로 사회, 경제, 문화 등 인류 문명을 실제 세계에서 디지털 세계로 옮겼다. 대표적인 사례는 사회관계가 SNS로, 금융 업무가 핀테크로, 공연 문화가 유튜브로 전환된 것이다. 

디지털 전환
사진: Unsplash 의 Daniel Gzz

  디지털 전환 시대는 인류에게 엄청난 편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정보과잉을 낳았다. 정보과잉은 인류가 소화할 수 있는 정보량을 초과하여 인류에게 있어 가장 독특한 '사유(思惟) 하는 힘'을 약화시켰다. 현대인들은 사유할 시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해야 한다. 깊이 생각하여 진리에 이른다는 믿음보다는 되도록 많은 정보에서 통계와 확률로 얻은 정제된 데이터가 더 낫다는 믿음이 세계를 지배한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은 창작보다는 소비한다. 과잉된 정보를 소비하느라 탈진하여 결국 창작하는 힘은 점차 약해지고 만다. 인간이 가진 고유한 사색(思索)이 사색(死色)이 되어버린다.

디지털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

  사람은 사색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사색하려면 보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 말하고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정보과잉은 보는 것 즉, 소비에 그치도록 강요한다.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사람은 '어떤 자극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속도를 늦추고 중단하는 본능을 발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천박성'을 정신의 부재상태로 정의하며, '자극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 자극에 대해 아니라고 대꾸하지 못하는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 천박한 상태를 벗어나려면 자극에 즉시 반응하기보다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글쓰기는 사색이 먼저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한 문장을 써보라. 생각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다. 무언가를 글로 쓰려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엇을 쓸지 생각해야 한다. 정보의 파도에 휩쓸려 둥둥 떠다니다가 주변에 무언가를 붙들어야 한다. 무언가를 붙잡으면 그때부터 흐름을 거슬러 되돌아보게 된다. 비판적 사고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정보의 홍수를 거슬러 나와 사색에 잠겨든 후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 

디지털세계의 인간
사진: Unsplash 의 Zack Walker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사는 오늘, 사색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려면 디지털 글쓰기를 해야 한다. 디지털 글쓰기를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색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여러 동기가 있겠지만 우선은 소비하는 것 밖에 모르는 천박함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사람은 사유하는 힘을 가진 존재다. 사유하는 힘은 최첨단 기술을 전부 동원해도 디지털로 전환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다.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요즘,

사람다운 사람이 되려면 디지털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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