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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3

개나리꽃 필 무렵 개나리꽃 필 무렵 따스한 봄바람이 부드럽게 뺨을 스친다. 훈훈하게 부는 바람은 이내 개나리꽃을 잠에서 깨운다. 개나리는 뒤척이며 눈 비비듯 꽃 머리를 든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개나리꽃 잎 사이로 봄바람이 내게 속삭인다. 어김없이 내가 왔어요. 약속했지요? 기억하기로.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이면 일 년 내내 철조망 사이에 잇대어 피어있는 노란 리본 꽃이 떠오른다. 꽃잎에는 그날에 한 약속이 까만 글씨로 새겨져 있다. 노란 꽃잎 위에 위태롭게 선 약속들은 1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몸살을 앓는다, 목포신항에 핀 노란 리본 위에서. 첫째 아들 하늘이가 태어난 지 십 개월이 지난 때였다. 아빠라는 말도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하던 때. 눈에서 멀어지면 눈 앞에 하늘이가 아른거리고, 보고있어도 보고 싶은 .. 2024. 4. 19.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집] 세 가지 안부 ① 〈그레이존〉 -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집] 세 가지 안부 가운데 첫째 안부 "그레이존"_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0주기 뉴스타파가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행태에 관한 반성이자 속죄같은 안부 인사, 그 첫 번째 이야기 "그레이존" 2024. 4. 16.
이름 없는 국화 이름 없는 국화 국화 한 송이를 두 손으로 조심스레 든다. 시월의 끝자락, 차가운 가을바람에 국화가 애처롭게 흔들린다. 국화를 가슴에 끌어당긴다. 조금이라도 체온을 전하고 싶다. 눈을 감는다. 세상을 떠난 이와 남겨진 이를 위해 신께 기도한다. “주여, 저들을 위로하소서.” 그러나 위로하는 기도가 메아리처럼 다시 돌아온다. 눈을 감고 신께 위로해 달라 몇 번이고 기도해 보지만, 위로는 허망하게 되돌아오고 만다. 답답한 마음에 이 참사가 발생할 때 당신은 무얼 했냐 따져 물으니 신은 내게 질문한다. “너는 누구에게 위로를 전하는 가. 희생자의 이름조차 모르는 너, 얼굴도 모르는 네가 어떤 위로를 한단 말인가. 너는 그저 막연하게 거대한 슬픔의 바위 앞에서 무기력하게 고개 숙이며 눈물을 삼킬 뿐, 무엇을 할..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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