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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한란계(寒暖計)_윤동주

by 마빡목사 202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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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란계(寒暖計)

윤동주_1937.07.

 

싸늘한 대리석 기둥에 모가지를 비틀어 맨 한란계,
문득 들여다 볼 수 있는 운명한 오 척 육 촌의 허리 가는 수은주,
마음은 유리관보다 맑소이다.

혈관이 단조로워 신경질인 여론동물(與論動物),
가끔 분수같은 냉침을 억지로 삼키기에 
정력을 낭비합니다.

영하로 손가락질할 수돌네 방처럼 치운 겨울보다
해바라기 만발한 팔월 교정이 이상 곱소이다.
피 끓을 그날이─

어제는 막 소낙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좋은 날씨올시다.
동저고리 바람에 언덕으로, 숲으로 하시구려─
이렇게 가만가만 혼자서 귓속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나는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아마도 진실한 세기의 계절을 따라─
하늘만 보이는 울타리 안을 뛰쳐,
역사같은 포지션을 지켜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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