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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글

'문재인 입니다'를 보고...

by 마빡목사 2023.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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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무엇이 가슴에서 울컥 올라왔다. 눈에서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몇 번이고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상실감이었다. 아끼고 사랑했던, 소중한 걸 다시는 잡을 수도 볼 수도 없을 때 느끼는 허무가 나를 휘감았다. 

 

  문재인의 대한민국은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같았다. 그래서 더 아팠다.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던 것처럼. 너무나 무력하게도... 또...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최악의 인물 이명박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적어도 인간 노무현의 잘못은 아니었다. 언론에 가려진 진실. 당시 사회 현상에 가려진, 노무현이 꿈꾼 ‘사람 사는 세상’을 유권자가 보지 못했다. 모든 게 금융논리로 환원되는 세상에서 사람다웠던 노무현은 가라앉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이명박은 떠올랐다. 그리고 5년, 박근혜 4년 동안 대한민국은 야만적이었고, 잔혹했다. 노무현의 슬픈 죽음처럼 사무친 세월이었다.

 

  촛불 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신의 부활이자, ‘사람 사는 세상’의 열매였다. 그동안 피와 땀과 눈물로 대한민국을 떠받쳤던 수많은 작은 사람들이 이제야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되는 것 같았다.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사람들과 그 유가족의 눈물을 국가가 닦아주었다. 미국과 일본의 깡패 같은 횡포를 국가가 나서서 슬기롭게 막아주었다.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는 게 두려운 사람들이 큰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둘째 아들 나라가 그 혜택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는 세계가 인정할 만큼 잘 버텨냈다. 물론, 정부 정책에 협조한 국민들과, 소상인과 의료진의 희생 덕분이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너도나도 희생에 생색내지 않으며 힘을 모았던 그 때 그 시절. 그때 느꼈던 조국의 따뜻함과 멋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움이었다. 산업화의 영광을 잊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처럼 문재인 정부가 이끈 대한민국이 그리웠다. 따뜻하고, 멋졌던 '사람이 먼저'였던 대한민국이었다.

 

  그랬던 조국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슬펐다. 1년 사이 거의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꽃밭을 함께 아름답게 일궜는데 어느 날 멧돼지가 밭을 모두 파헤쳐버린 듯하다. 나도 슬프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오죽할까. 어쩌면 그에게는 두 번째 상실감일지도 모른다. 친구 노무현과 지난 5년간의 수고와 헌신에 대한 상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데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어디 늘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있던가. 우연찮게 박힌 가시가 치명상이 되어버렸다. 인간 문재인에게는, 어쩌면 그가 말한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픔이 되고 말았다. 그 아픔이 전달되어 슬펐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이,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이 문재인을 통해 다시 떠올랐듯이,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반드시 부활할 것이다.

 

  오늘 흘린 눈물이 거름이 되어 반드시 열매를 맺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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