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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포스트트루스'를 읽고,

by 마빡목사 202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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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트루스'를 읽고,

 원제는 『POST-TRUTH』, 부제는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이다. 철학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리 매킨타이어(Lee Mclntyre)가 썼다. 서울대 영문과 김재경이 번역하고,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정준희 교수가 해제를 썼다. 책은 두리반 출판사에서 2019년 5월 1일에 발행되었다. 저자가 책을 집필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으로 집권을 시작한 해이다. 

미디어리터러시를 기르려면 교과서처럼 읽어야 할 책

 책은 미국의 사회정치적 상황에서 탈진실현상을 다룬다. 우리나라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면이 많다. 책 마지막 챕터에 정준희 교수가 쓴 해제는 리 매킨타이어가 미국 상황에서 진단한 탈진실현상에 대한 정의와 원인, 그리고 극복할 방안에 관한 한국적 대안을 제시한다. '탈진실현상'에 대한 본류로 시작하여 한국 상황에서 '실천'까지 안내하는 좋은 책이어서 미디어리터러시 교과서로 추천하고 싶다.

탈진실의 세계에서 진리의 벗으로 살기

 탈진실현상은 인류 역사와 항상 함께 했다. 하지만 지금은 탈진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는 한병철이 쓴 『정보의 지배』의 맥락과 맞닿아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숱한 미디어의 정보들이 실상 가짜를 넘어 우리의 의식과 사고를 진실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이니, 우리가 신경 쓰지 않으면 말 그대로 거짓에 둘러싸여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탈진실이 지배하는 세상이 무서운 것은 어느 누구 하나 '진리가 무엇이냐?', '진실이 뭐지?'라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귀찮아하고, 정치적 성향이 달라서 생긴 문제이겠거니 하면서 어물쩡 넘어가는 세상. 그러다 보니 대놓고 사기 치고, 거짓말로 남을 등쳐 먹는 사람이 승승장구하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세상. 진실은 사라지지 않지만, 진실을 외면한 결과는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들 것이다.

 가짜뉴스를 개인이 분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인 인지편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다. 기술발전과 미디어환경은 인지편향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이미 한 개인이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정보 속에서 진리를 찾는 것은 모래사장 속에서 바늘 찾기와 다르지 않다.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선택이다. 진실을 마주하는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진실 따위 상관없이 세상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지.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하며 선택하라는 장면처럼, 우리는 진실의 세계와 진짜 같은 거짓으로 둘러싸인 시뮬라시옹 세계를 선택해야 한다. 매트릭스 영화에서 보듯, 진실의 세계를 선택한 네오의 삶은 가혹했다. 하지만 진리와 함께 사는데서 오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감각의 세계를 넘어선 진실한 사랑의 세계. 진실을 찾아야 진정한 사랑, 그리고 진짜 삶을 찾는다.

 매킨타이어는 '거짓에 맞서 싸우라'라고 말한다.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한다 싶겠지만, 이 태도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거짓말을 어물쩡 넘어가지 않는 태도에서 미디어리터러시는 시작한다. 거짓에 맞서 싸우려면 '진리가 무엇이냐?', '진실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진리와 진실을 찾으려면 내 안의 기준을 넘어서 사회, 역사, 과학, 정치 속 기준과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 힘든 일이다. 그러나 진짜 삶을 살고 싶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짓에 맞서 싸우는' 일이다.

 다시금 떠올린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
(요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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