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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노무현에게 듣다] 04.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

by 마빡목사 2023.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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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게 듣다] 

04.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

  정치는 '사회가 가진 공공 자원을 어떻게 나눌지'에 관한 원칙을 정하는 과정이다. 대의민주주의체제에서 정치를 통해 결정한 원칙은 사회적 합의를 대표한다. 원칙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암묵적 동의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 사회 구성원이 원칙을 따르면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갈등으로 소요되는 사회비용이 줄어들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갈 유익이 그만큼 커진다.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는 그래서 중요하다.

  20대 대선에서 떠오른 '공정과 상식'은 사회 원칙을 구성하는 하위요소 중 일부에 불과하다. 사회가 합의한 원칙 안에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담긴다. 원칙이 사라진채 '공정과 상식'을 논하면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 원칙이 무시되면 사회적 갈등이 깊어진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갈등이 깊어졌다고 느낄 때면, 우리가 과연 '원칙'이 승리해야 한다는 당위와 그에 대한 감각이 깨어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국정 철학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에 대하여 이야기했던 것을 곱씹어보며, 우리 사회의 정치를 성찰해 보자.

2003.02.25. 16대 대통령 취임사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 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 합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는 원칙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현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시절에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관한 대통령 인사권에 정면도전했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들이 입시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유였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비리는 대표적인 반칙과 특권 중 하나이다. 당시 검찰은 엄청난 압수수색과 별건 수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국 장관 가족을 털었다. 그러고서 겨우 '표창장 위조를 통한 대학 입시 업무방해', 그마저도 논란이 있는 표창장 위조로 조국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교수를 감옥에 보냈고, 딸인 조민씨는 의전원 입학 취소로 의사직을 박탈했다. 

  만약, 이 정도 검증 수준이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원칙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모든 고위공직자에게 동일한 검증 수준을 적용해야 한다. 같은 잣대를 같은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주가조작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사회에서 대표적인 반칙이다. 미국 같은 경우 주가조작을 하면 100년 이상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또, 공직자 또는 공직자의 가족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활용해 국가정책사업으로 활용될 부동산 개발에서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도 대표적인 특혜이다. 우리는 같은 잣대와 기준으로 대통령 아내와 장모의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113페이지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옳지 못한 길을 가야 하고, 정직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그릇된 관념이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의식, 이러한 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한 차원 높은 사회 발전도, 역사 발전도 불가능하다. 이제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자존심이 활짝 피는 사회, 원칙이 승리하는 역사를 우리는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자 정치를 하는 이유이다.

반민특위 실패에서 온 패배의식을 넘어서자!

  우리 역사에서 반칙과 특권에 기생해 온 대표적인 사람들이 일제강점기 친일후손이다. '반민족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이 이승만 정부에 의해 무산되는 바람에 일제에 기대 온갖 반칙과 특권을 누려오던 불의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성공하려면 옳지 못한 길을 가야 하고, 정직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관념이 팽배하다. 

  원칙을 무시해 온 사람이 성공한 자리에 오른 걸 보면 사람은 자존심이 상한다. 사람은 누구나 정직하고 성실한 삶이 성공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도덕률을 원칙으로 삼고 삶을 산다. 그런데, 도덕률을 깡그리 무시한 사람이 내 머리 위에 앉는다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인류보편적으로 부당한 처사다. 원칙을 무시하고 성공한 자리에 올랐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과오를 청산하고 반성해야 그 사람은 인정받을 수 있다. 온갖 거짓과 허위로 포장된 사람이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서 고귀한 척 사람들 앞에 나설 때면, 나는 사람으로서 오늘을 삶에 수치심을 느낀다. 

2007.09.11. 긴급 기자간담회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어느 편이 이기느냐, 즉 모든 사람들이 '어느 편이 이기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편이 이기는 것보다 원칙이 이기는 선거라야 그 선거 결과로 수립된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 일할 수 있고 역사 발전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유능한 또 어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가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원칙을 짓밟으면서 정권을 잡아서는 국가발전에도 국민의 행복에도 더욱이 역사 발전에도 그건 기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편의 승리보다 원칙의 승리를 간절히 바랍니다.

진영 논리에 빠지면 공멸, 원칙을 붙들어야 발전 토대 마련

  정치하면 떠올리는 게 진영 논리다. 많은 사람이 편 가르기가 정치라고 생각한다. 진영 논리에 휩쓸리면 반대를 위한 반대, 상대방 흠집 내기, 성급한 일반화, 흑백논리 등 온갖 오류에 빠지기 쉽다. 갈등이 깊어지면 증오와 혐오 감정도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 혐오가 자라기 시작하면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는 '원칙을 세우는 과정'이지, 진영 논리가 아니다. 정당은 특정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정당이 정치를 하려면 이익을 추구하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각 정당이 고수하는 원칙이 얼마나 지지를 얻을 것인가를 승부해야 건강한 정치를 할 수 있다. 원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을 통해 사회가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성공과 좌절⌟ 277~278쪽

  지난날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그 역사로부터 물려받았던 패배주의, 편의주의, 기회주의, 이런 문화들을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도 그것만 가지고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또 우리 국민들의 도덕적 자각과 성숙도가 어느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권력 내부의 원칙 없는 투쟁, 시장과 정치권력사이의 타협 없는 투쟁, 이런 모순만 계속 반복될 뿐입니다.
  그 위에 존재하는 국민의 인간다운 사람과 가치, 주권자로서의 지위, 이런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회주의와 불신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집착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본질적 과제입니다.

2002년 대선정책자문단 자료집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넘자'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것이 정상적인 국가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의 자존심이 활짝 피는 역사,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원칙이 바로 서야 국가의 기강도 제대로 설 수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와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원칙이 성공하는 역사, 반칙과 특권이 발붙일 수 없는 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정치를 바로 세울 것입니다. 정치는 사회적 규범을 준수하고 원칙을 지키면서 사회 갈등을 조절하고 반영하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 갈등을 치유하고 공적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정치 영역에서 특권과 반칙이 용인된다면, 사회와 나라의 기강도 제대로 설 수 없음은 자명한 일입니다.

미래를 살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아이들이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한 결과를 인정받고, 정직하고 성실하면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회에서 꿈을 펼치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만들 책임이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있다. 내 자식만 잘 사는 세상 말고, 모두가 즐겁게 자아실현할 수 있는 그런 사회 말이다.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를 만드는 힘은 정치다.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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