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내밀면 닿을 곳에 두고 싶은 책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웬만해선 책을 책장에 꽂아 놓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 ‘시대를 읽다, 성경을 살다’는 지금도 여전히 손을 내밀면 닿을 곳에 두었다. 책 한 구절이 어렴풋이 아른아른할 때 언제든지 펼쳐서 다시 읽어보려고.
시대를 읽고, 성경(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건 모든 기독교인이 꿈꾸는 삶이다. 시대를 읽는 안목이 탁월하고 성경 이야기를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목소리’처럼 해석하는 목사님이 곁에 있다면,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지혜로운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오늘은 사는 그리스도인이 고민하는 13가지 주제
책은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고민하는 13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시작하는 말과 나가는 말까지 합하면 열다섯 꼭지이며, '하루에 한 주제를 읽겠다'고 마음 먹으면 15일만에 읽을 수 있다. 실제로 하루에 한 주제를 읽기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내려놓기 힘들 만큼 몰입된다. 문장이 대체로 간결하다. 어려운 철학, 인문학, 신학 개념은 풍성한 사례를 덧붙여 쉽게 풀어준다. 정말, 인품이 훌륭한 선생님이 곁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신앙을 성찰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오늘 마주할만한 다양한 사례, 주제와 관련있는 학술자료, 인문 저서, 철학 개념, 시 문학, 예술 그리고 성서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만날 수 있다. 분야가 다른 다양한 이야기가 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밀접하게 얽혀 조화를 이뤘다. 논리가 체계적으로 잘 짜여있어 읽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설득하는 힘이 있다. 한 주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깊은 여운이 남았고, 동시에 도전도 되었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나에게 특히 인상깊었던 주제는 ‘행복숭배 시대의 기쁨’과 ‘긱 경제 시대의 자기경영’이었다. 요즘 ‘기쁨의 신학’에 기초해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여러 문헌을 찾아 읽고 있다. ‘행복숭배 시대의 기쁨’에서 헤롯 대왕과 바울의 ‘곤고한 사람이로다’ 고백을 비교 대조하는 내용에서 통찰을 얻었다.
또, ‘긱 경제 시대의 자기경영’ 주제에서 오늘날 신학대학교에서 요구되는 교양교육과정 개발에 관한 교육철학을 얻었다. 특히, ‘지혜와 지식’ 소주제에서 박영호 목사님이 지식의 차원을 원으로 심도와 층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은 지금 당장 신학대학교 교양교육과정의 교과영역이나 핵심역량으로 써도 무방할 정도였다. 신학대학교에서 신학적 ‘지혜교육’으로 교양교육과정을 설계한다면, 참고할 훌륭한 방향제시였다.
이 책을 이런 분께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먼저, 설교를 하는 모든 목회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오늘 그리스도인이 당면한 시대적 물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진지한 물음에 답변할 때 필요한 인문철학적 지식이 풍성하게 담겼다.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여러 질문에 지혜롭고 논리적인 신학적 답변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은 보물창고이다.
다음은 교회에서 독서모임을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책 내용은 급변하는 시대를 사는 젊은 그리스도인과의 신학적 토론을 통해 시작한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이 책으로 교회 안 청년들과 독서하고, 읽은 내용에 기초하여 서로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해당 주제로 토론을 이어간다면, 아주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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