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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문병란 시인이 쓴 '희망가'

by 마빡목사 2023.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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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하루살이가 이틀을 모르듯, 사람은 늘 다가온 시련을 영원처럼 느낄 때가 많다. 시간의 지평선, 어디쯤인지 알지 못하므로. 오늘 만난 시련이 너무 힘들어서 버거울 때, 감내할 고통의 늪이 질척거릴 때, 나는 문병란 시인이 쓴 '희망가'를 떠올린다. 오늘 어디선가 눈물을 삼킬 그대와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희망가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나와 당신은 지금, 숨을 쉰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살아있는 것만으로 존재의 증명은 충분하다. 포기하지 말자. 희망은 절망 끄트머리에서 고개를 내민다. 절망이 백만 대군이어도 희망 하나 이길 수 없다. 희망은 강력하다, 살아갈 힘을 주기에. 희망을 바라며 오늘을 산다.
고통스러운 고비를 넘어 희망의 깃발을 들고,
나를 반길 희망은 노을지는 언덕 너머에서 그림자로 희미하게 다가온다.
 

문병란(文炳蘭, 1935년 3월 28일 ~ 2015년 9월 25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전라남도 화순에서 태어났다. 1961년에 조선대학교 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62년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이 3회 추천 완료하여 문단에 나왔다. 1988년에 조선대학교 국문과 조교수에 임용되었다가 2000년에 교수가 되었으며, 현재 명예교수이다. 1990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1996년 5.18 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출처] 문병란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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