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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4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 문장은 17세기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스피노자가 쓴 글 가운데 어디에도 이 문장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누가 쓴 문장이란 말인가. 독일 사람을 비롯한 많은 유럽 사람은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썼다고 말한다. 루터는 1483년생으로 스피노자보다 약 150년 먼저 태어났다. 루터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아이제나흐에 이 문장이 새겨진 석판이 있다고 한다. 또, 종교 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2017년에는 실제 사과나무 500그루를 심는 행사를 독일에서 했다. 그런데 루터가 처음 썼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역시, 루터가 쓴 글을 아무리 찾아봐도 이 문장은 없다.. 2024. 3. 11.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쓴 『즐거운 학문』(1882)에 등장하는 말이다. 라틴어 "Amor fati."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아모르(amor)'는 사랑을, '파티(fati)'는 운명을 뜻한다. 직역하면 '운명에 대한 사랑'이다. '운명'하면 쉽게 떠오르는 개념이 '숙명론'이다. 삶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거역할 수 없는 힘. 반대하고 맞설 수 없고, 필연적이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무언가를 우리는 운명이라 말한다. 김수영 교수는 니체가 말한 운명에 대한 사랑은 '필연적인 것에 대한 사랑'과 같은 말이라고 한다.  '필연적인 것'은 이미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을 모두 포함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면서 앞으로 다가올 일이기도 하다. 필연을 사랑하.. 2024. 3. 7.
콘케도 눌리 콘케도 눌리 '콘케도 눌리(Concedo nulli)'는 테르미누스의 신조다. 테르미누스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경계선'의 신이다. 농경이 중심이었던 로마에서 내 땅과 네 땅을 구별 짓는 경계선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경계선에 신성까지 부여할 정도였으니. 경계선은 수많은 전쟁을 치른 로마에게 더욱 중요했다. 경계선의 신, 테르미누스는 확고한 경계를 뜻하는 커다란 돌로 상징되었다.  '확고한 경계선'이란 의미를 담은 로마 신화 속 이야기가 하나 있다. 먼 옛날 로마의 왕이 유피테르(제우스 급의 최고신) 신전을 짓는다. 유피테르는 신전에 먼저 자리를 잡은 여러 신에게 비키라고 했는데, 오직 테르미누스만 버티고 서서 유피테르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지 않았다. 경계선의 신에 어울리는 담대한 행동이다.  콘케.. 2024. 3. 5.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어느 떠돌이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반가운 고향 친구를 만나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허풍을 더하는 법. 예전에 로도스란 섬에서 멀리뛰기 시합을 했는데, 어마어마한 거리를 뛰었다고 자랑을 한다. 말없이 듣던 친구가 한마디 쏘아붙인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 보아라!" - 이솝 우화 가운데 로도스는 그리스의 남동쪽, 튀르키예의 남서쪽에 있는 큰 섬이다. 그리스 본토와 멀리 떨어진 곳이다. 그가 로도스에서 무엇을 했든, 지금 여기에서 실력을 증명할 수 없다면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는 데리우스 에라스뮈스가 1500년에 펴낸 『격언집』에 "Hic Rhodus, hic saltus.", 운율이 생동하는 라.. 202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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