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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창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by 마빡목사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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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 문장은 17세기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스피노자가 쓴 글 가운데 어디에도 이 문장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누가 쓴 문장이란 말인가.

 독일 사람을 비롯한 많은 유럽 사람은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썼다고 말한다. 루터는 1483년생으로 스피노자보다 약 150년 먼저 태어났다. 루터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아이제나흐에 이 문장이 새겨진 석판이 있다고 한다. 또, 종교 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2017년에는 실제 사과나무 500그루를 심는 행사를 독일에서 했다.

 그런데 루터가 처음 썼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역시, 루터가 쓴 글을 아무리 찾아봐도 이 문장은 없다. 루터도 스피노자도 아니었다. 이 문장을 처음으로 발견할 수 있는 글은 1944년 10월 5일 카를 로츠 목사가 동지들에게 쓴 편지에서이다. 로츠 목사는 1933년 히틀러의 나치즘에 저항하는 이들이 모여 세운 '고백 교회'에 속한 목사였다. 히틀러 독재 아래 어두운 현실 가운데, 로츠 목사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동지에게 남긴다.

 여러분, 우리 국민의 위태로운 상태에 대한 제 글로 인해서 여러분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루터의 말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로츠 목사는 이 문장을 루터가 한 말이라고 인용했다. 루터가 처음 한 말이든 아니든 로츠 목사가 쓴 글의 맥락은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저항 운동에 가담했던 고백 교회 동지들에게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며 용기를 북돋은 것이다. 비록 한 문장의 작은 외침이었으나 동지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이 문장은 절망 속에서 희망할 용기를 북돋는다.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르는 절망의 늪 한가운데서도 사람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존재이다. 아무리 엄혹하고 어두워도 결코 좌절하지 말 것은 우리는 희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어떤 끝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내 심장에 있다.

[자료 출처]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김수영, 우리학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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