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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창고

플루스 울트라

by 마빡목사 2024.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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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스 울트라
PLUS ULTRA

 '플루스 울트라(plus ultra).'는 16세기 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 5세이자 스페인왕 카를로스 1세의 좌우명이다. '플루스(plus)'는 '더' 또는 '더욱', '울트라(ultra)'는 '저 멀리' 또는 '저 너머'를 뜻하는 라틴어이다. 직역하면 '더욱 저 멀리!' 또는 '더욱더 너머로!'라는 말이다. 플루스 울트라는 오늘날 스페인 국기에 여전히 새겨져 있는, 스페인 국가의 정체성을 알게 하는 말이다.

스페인 국기 가운데 국장(國章)으로 새겨진 그림 양 기둥에 'PLUS ULTRA'가 있다.

 스페인 국기에서 '플루스 울트라'라는 글은 양 기둥을 감싸고 있다. 양쪽 기둥은 지브롤터 해협을 상징한다. 지브롤터 해협은 유럽 대륙의 스페인과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 사이에 있다. 즉, 지중해와 대서양의 경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신화 속 이야기는 헤라클레스가 지브롤터 해협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지중해는 원래 외부로 나가는 통로가 없었다. 사방이 막힌 바다였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엄청난 힘으로 거대한 바위들을 치우고, 스페인과 북아프리카 사이에 바닷길을 낸다. 헤라클레스가 치운 바위들은 해협 양쪽에 쌓여 기둥이 되었다. 지브롤터 해협의 북쪽과 남쪽에 각각 엄청나게 큰 바위산이 있는데, 이 바위산을 사람들은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불렀다.

왼쪽 사진이 지브롤터 해협을 찍은 위성사진이고, 오른쪽 사진은 지브롤터 해협의 큰 바위산을 볼 수 있게 찍은 항공 사진이다.

 헤라클레스의 기둥, 바로 이곳에는 원래 '논 플루스 울트라(non plus ultra)'라는 말을 새겨놓았다고 한다. 앞에 'non'이 붙었으니 '플루스 울트라'와 정반대를 뜻하는 말이다. 즉, "여기를 더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였다. 그런데 카를 5세가 non을 빼고 "PLUS ULTRA!", "더욱 저 멀리!"를 외친 것이다.

 유럽 문명은 오랜 시간 동안 지중해를 벗어나지 않았다. 지중해는 풍요로워서 딱히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탐험가들은 '더욱 저 멀리!' 진출했다. 카를 5세가 태어나기도 전인 1492년에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다. 포트루갈의 탐험가 바스쿠 다가마와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대서양과 인도양, 태평양을 누볐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그리스와 로마가 문명의 꽃을 피웠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지중해를 넘어 대서양으로 나가 탐험을 시작했다. 중세를 벗어나 근대로 들어가는 시대적 전환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로 잘 알려진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그가 쓴 책 『신기관』 표지에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넣었다. 두 척의 배가 "non plus ultra"를 지나 대서양으로 나아가는 그림을 표지에 실었다. 김수영 교수는 베이컨의 『신기관』에 담긴 경험론 철학과 근대 철학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플루스 울트라'라고 보았다. 

 자기 스스로 경계를 쳐놓고, 그것을 넘지 못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나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북돋는 말이다. 경계를 넘어서라! 힘차게 나아가라! 너의 한계는 없다!

"플루스 울트라!"

[자료 출처]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김수영, 우리학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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