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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창고

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된다

by 마빡목사 2024.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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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된다

"놀라움의 경험이야말로 철학자의 것이네. 철학은 오직 놀라움에서만 출발하기 때문이지."
- 플라톤, 『테아이테토스』대화편

"놀라움(thaumazein)을 통해서 우리는 철학하기 시작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놀라움을 통해서 우리는 철학하기 시작한다.
난관에 부딪혀서 놀라는 사람은 스스로를 무지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무지의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철학을 하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위 문장에서 말하는 난관(難關)은 고대 그리스어이다. 난관을 뜻하는 '아포리아(aporia)'의 어원은 aporos로 '길'을 뜻하는 poros에 부정접두어 a가 붙어서 생긴 말이다. 즉, 길을 가다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거나 갑자기 길이 없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익숙한 것이 갑자기 사라지면 느끼는 당혹감, 안정적인 상황을 뒤집히는 상황에서 오는 당황함, 이것이 놀라움의 정체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대로 철학은 내가 실상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당혹스러운 경험에서 시작하게 된다. 즉, 새로운 것이 갑자기 나타나서 생기는 감정이라기보다 오히려 낯익은 것이 사라져서 생기는 감정이다. 당연하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느낄 때, 철학적인 놀라움이 시작된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질문들을 던져 굳은 신념을 공격했다. 이른바 산파술. 정파를 뛰어넘어 자기 신념과 지식에 안주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그들 스스로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고백하게 만들었다. 실상 내가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때론 당혹스럽고 절망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혁신과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철학은 우리를 놀라움의 상태로 붙들어 두는 역할을 한다. 놀라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개방하고 새로움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이어갈 수 있다. 

 놀라움을 느끼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자료 출처]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김수영, 우리학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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