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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49

태초의 아침_윤동주 태초의 아침 윤동주_1941 봄날 아침도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빠알간 꽃이 피어났네 햇빛이 푸른데, 그 전날 밤에 그 전날 밤에 모든 것이 마련되었네, 사랑은 뱀과 함께 독은 어린 꽃과 함께 2024. 1. 23.
간판 없는 거리_윤동주 간판 없는 거리 윤동주_1941 정거장 플랫폼에 내렸을 때 아무도 없어, 다들 손님들 뿐, 손님 같은 사람들 뿐, 집집마다 간판이 없어 집 찾을 근심이 없어 빨갛게 파랗게 불 붙는 문자도 없이 모퉁이 마다 자애로운 헌 와사등(瓦斯등燈)에 불을 켜놓고,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 사람들 다들, 어진 사람들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서로 돌아들고. 2024. 1. 18.
새로운 길_윤동주 새로운 길 윤동주_1936.05.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2024. 1. 17.
병원_윤동주 병원 윤동주_1940.12.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도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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