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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49

십자가_윤동주 십자가 윤동주_1941.05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2024. 2. 4.
무서운 시간_윤동주 무서운 시간 윤동주_1940.02.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번도 손 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 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2024. 2. 2.
새벽이 올 때까지_윤동주 새벽이 올 때까지 윤동주_1941.5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지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 소리 들려올 게다 2024. 1. 31.
또 태초의 아침_윤동주 또 태초의 아침 윤동주_1941.05.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電信柱)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계시일까.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아 이브가 해산(解産)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202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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