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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바람과별과시69

돌아와 보는 밤_윤동주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_1941.06.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 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2024. 1. 10.
눈 오는 지도_윤동주 눈 오는 지도 윤동주_1941.03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꼬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 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2024. 1. 8.
내일은 없다_윤동주 내일은 없다 윤동주 1932.12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아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2023. 12. 26.
삶과 죽음_윤동주 삶과 죽음 윤동주 1934.12.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세상 사람은 - 뼈를 녹여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 춤을 춘다.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하늘 복판에 알 새기듯이 이 노래를 부른 자가 누구뇨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같아도 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勝利者) 위인(偉人)들! 서곡(序曲): 가극 또는 성극 모음곡 등의 막을 열기 전이나 주요한 부분을 시작하기 전에 연주하는 기악곡,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최초의 부분 202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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