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늘과바람과별과시70

길_윤동주 길 윤동주_1941.09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을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2024. 2. 23.
또 다른 고향_윤동주 또 다른 고향 윤동주_1941.09 고향에 돌아 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세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을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2024. 2. 21.
눈 감고 간다_윤동주 눈 감고 간다 윤동주_1941.05. 태양(太陽)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차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2024. 2. 19.
슬픈 족속(族屬)_윤동주 슬픈 족속(族屬) 윤동주_1938.09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2024. 2. 7.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