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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27

억수 하늘이 운다. 흐느끼다가도 통곡한다. 가슴 치다 애간장 녹듯 오랜 시간 쌓아둔 산 절벽 바위와 흙이 여지없이 무너져내린다. 무엇이 하늘을 이토록 슬프게 하는 걸까. 올해는 유독 깊은 한이 서린 것처럼 하늘이 슬프게 우는 날이 길다. 나태의 늪에서 헤어 나오려고 집을 나섰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도 차를 몰아 사색에 잠길 공간을 향했다. 그런데, 이내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실핏줄 같던 동네 실개천이 누런 급류를 일으키는 거친 강물로 불어난 걸 보고,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거센 물살이 금방이라도 다리를 집어삼킬 듯 했다. 지난 토요일, 간만에 하늘이 울음을 그쳤다. 다섯 식구를 데리고 처가에 가려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향해 갔다. 그런데, 나들목 차선에서 진입하는 차와 역주행하는 차가 서로 얽혀 .. 2023. 7. 14.
갈대상자 성경에 ‘갈대상자’ 이야기가 있다. 이집트 제국이 히브리 민족을 노예로 부릴 때 일이다. 히브리 민족의 남자가 점차 많아지자 이집트 왕은 위기를 느낀다. 왕은 인구조절 정책으로 갓 태어난 히브리 민족의 사내아이를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다. 이때, 요게벳이라는 여인은 갈대로 상자를 엮어 자기 아이를 담아 나일강에 띄워 보낸다. 이집트 군인에게 아이를 빼앗겨 죽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신에게 맡기겠다는 마음이었다. 어머니 손을 떠나 나일강을 따라 유유히 흘러간 갈대상자는 이집트 공주가 목욕하는 물가에 이른다. 갈대상자를 본 이집트 공주가 상자 속 우는 아이를 보고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 아버지가 죽이라고 명령한 히브리 민족의 사내아이인데도 공주는 시녀를 시켜 히브리 유모를 부른 뒤 젖을 먹이라 명하고, .. 2023. 7. 7.
잠시만 안녕, 봄 그토록 기다렸던 봄인데, 헤어져야 할 때가 다가온다. 따스했던 햇볕이 어느새 따갑다. 봄볕은 겨우내 추운 바람에 움츠렸던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었고, 지친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이제는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처럼 봄은 뒷모습을 보인 채 멀어져 간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 가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했던가. 떠나는 봄을 붙잡지 못해 미련이 가슴에 사무친다. 그리움을 달래려고 봄과 사랑을 나눴던 창이 넓은 카페를 찾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지난 연인의 자태가 짙게 물들어 있다. 고운 바람이 불면,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푸른 나무가 호흡을 맞춘 듯이 살랑살랑 나뭇가지를 흔든다. 부드러운 몸짓으로 춤사위를 뽐내는 푸른빛에 빠져들어 찰나에 황홀함을 느낀다. 가질 수 없는 황홀은 푸른 하늘과 호..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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